얼마전, 처음으로 초등학교 학부모 공개수업에 다녀왔다.
중등교사로 오래 일했지만, 학부모의 입장으로 초등교실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 묘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함께 있었다.
‘요즘 초등교실은 어떤 분위기일까?’
‘내 아이는 학교에서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을까?’
괜히 나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저학년이라 그런지 교실 뒤와 양옆까지 이미 많은 학부모님들이 빼곡히 메우고 서계셨다.
수업 주제는 꽤 흥미로웠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상상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주제라고 느껴졌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전달 방식이었다.
설명지를 화면에 띄워 읽어주는 방식이 중심이 되다 보니, 아이들의 표정에서 활기나 흥미로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다양한 시청각 자료나 짧은 영상 등이 함께 활용되었다면 아이들의 이해도와 흥미가 훨씬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예전보다 활용할수 있는 툴도 훨씬 다양하니 그런 자료를 만드는건 어렵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수업 말미에 발표를 유도하셨으나 아무도 하지 않았고 아이가 하교한 후 물어보니 평소에도 아이들이 발표를 거의 안한다고 했다. 사실 발표를 할만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기도 했다. 학교 수업이 지루하다고 아이가 말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사실 한국 초등교육은 담임교사의 역량 차이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정말 크게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중등과 달리 과목별로 선생님이 다른게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이걸 단순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는 운의 문제로만 봐야 할까?
캐나다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Pro-D Day(Professional Development Day)라는 날이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교사들은 연수와 회의, 수업 연구에 참여한다. 노르웨이 역시 1년에 한번 학기중에 그런 연수가 있고 평소에도 학교현장에서 교사 간 협업과 공동 계획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해외 교실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보조교사나 다른 지원 인력들이 함께 움직이며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한 명의 담임교사가 수업, 생활지도, 행정업무까지 거의 모두 책임지는 구조에 가깝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좋은 교사라도 점점 익숙한 방식 안에 머물기 쉬운 환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교사 개인의 열정에만 기대기보다, 교사 연수와 동료장학, 공동수업 같은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두 명 이상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운영한다면 서로 배우고 자극받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한 업무는 행정직원을 더 뽑아서 교사는 수업과 반 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한국에선 단순히 교사를 덜 뽑는 방향보다, 한 반 학생 수 자체를 줄여 교사당 학생 수를 낮추는 방향도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실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그날 시혐대형으로 일렬로 늘어선 책상들을 보며 아이들은 앞사람의 뒤통수밖에 볼수 없는 구조라 더 경직된 느낌을 받았다. 물론 프로젝트 활동이나 토의 수업에서는 모둠형 배치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칠판이나 화면을 오래 바라보며 진행되는 일반 수업에서는 오히려 몸을 계속 비틀어야 해 불편할 때도 있다.
집에 와서 책상배치도를 스케치해 봤다. 개인 책상은 유지하면서도 친구들의 얼굴과 반응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부채꼴 형태의 곡선형 배치였다. 역 와이파이 기호같기도 하다.
선생님에게 집중할수 있으면서도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어느정도 볼수있고, 모둠별로 앉은게 아니라서 독립적이면서도 완전한 일렬형도, 완전한 모둠형도 아닌 방식이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지금의 일렬형 배치는 지나다닐때 좁고 가방이 걸리적 거린다고 했는데 이렇게 앉으면 앞뒤공간도 더 확보되고 서로의 가방이 쓸리는 일도 적을거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질문하고, 서로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솔직히 진도에 쫓긴다는 말은 조금은 핑계같다. 여러번의 캐나다와 노르웨이 수업 참관때 봤던,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아이들, 그리고 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