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년 넘게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전직 교사이자, 수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학부모입니다.
귀국을 앞두고 현지의 한인 지인들이 저를 붙잡으며 정색을 하더군요. “한국 교육은 아이들 숨 쉴 틈이 없어. 거의 아동학대 수준이야, 절대 가지 마.”
그때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에이, 요즘 한국 학교 얼마나 좋아졌는데! 사교육 안 시키면 그만이야.” 나름 현직에 있어 본 자신감이었죠. 하지만 한국 초등학교에 등교한 지 2주차. 아이 입에서 나온 첫마디에 저는 심장이 덜컹했습니다.
“엄마, 학교가기 싫어.”
1. 세탁기가 한가해지니, 아이의 생기도 줄었습니다
캐나다와 노르웨이에서 학교를 보낼 땐 매일이 ‘빨래 전쟁’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거든요. 하교한 아이의 옷은 깨끗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고, 신발을 벗으면 그 안에서 흙이 한 움큼씩 쏟아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세탁기를 돌릴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처음엔 몸이 편해서 좋았는데, 문득 겁이 나더군요. ‘깨끗한 옷만큼, 우리 아이의 몸이 덜 움직이고 있다는 뜻 아닐까?’
2. 눈사람을 만들던 선생님, 정답을 적는 아이들
북유럽과 북미의 교실은 바깥이 더 익숙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숲이나 공원으로 1~2km씩 걸어 나갔고, 겨울엔 주1회씩 공원에서 불을 피워 소시지를 굽거나 학교에서 각자 만든 빵반죽을 직접 나무꼬치에 끼워 구워 먹었습니다. 눈이 오면 눈썰매를 탈뿐 아니라 학교 운동장에서 선생님과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했구요.
반면 한국은 어떤가요? 쉬는 시간은 단 10분.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업과 활동지를 채워야 합니다. 아이가 “자유 시간이 너무 없어”라고 호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3. “혼자 해보는 시간”이 실종된 효율의 교실
노르웨이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건 속도가 아니라 여백이었습니다. 수학 진도는 하루에 겨우 한 페이지.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고, 어려워하면 그때 개별로 다가갔습니다. 빠른 아이보다 느린 아이를 먼저 살폈고요.
하지만 한국의 교실은 너무나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설명하고, 정답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휙휙 넘어갑니다. 촘촘하고 완벽한 시스템이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자유롭 질문을 던질 틈은 보이지 않습니다. 수업이 왜 재미없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답을 다 적어주시고, 우리는 그냥 받아 적어.”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4. 편리한 시스템 뒤에 숨겨진 ‘아이들의 갈증’
한국 교육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영양 만점 무료 급식, 잘 갖춰진 방과후 프로그램. 부모 입장에서 이보다 편할 수 없죠.
그런데 아이의 하루는 숨이 막힙니다. 학교, 방과후, 학원으로 이어지는 일과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결국 ‘정답을 빨리 찾는 법’뿐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주고 있는 걸까요. 아무 목적 없이 그냥 놀 권리를 허락하고 있는 걸까요.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마주한 현실은 지인들의 경고를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학습지가 아니라, 어제보다 더 더러워진 옷과 실컷 멍 때릴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귀국 한 달 차, 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시스템을 당장 바꿀 순 없지만, 제 아이만큼은 이 속도전에서 조금 비껴서게 해주고 싶거든요.
📌 다음 글 예고 왜 아이는 한국 수업이 ‘지루하다’고 느꼈을까요? 전직 교사 엄마의 시선으로 본 한국 교실의 구체적인 갈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